공정방송을 위한 만화인 지지선언

방송파업지지 만화인 시국선언문

공영방송에게 자유를!

언제부터인가 여의도에 가면 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방송인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엔 티비에서 보아온 익숙한 얼굴도 눈에 띕니다.

얼핏 공연장이나 1박2일 촬영장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곳은 자그마치 넉 달간 지속되고 있는 방송인들의 파업현장입니다. 하지만 방송인들이 무엇 때문에 거리로 나왔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파업하는 이유가 방송에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 방송에 나올 수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방송이 눈과 귀를 가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무고한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학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현장에 용기 있는 기자들의 카메라는 있었지만

방송은 없었습니다.
언론도 없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피로 물든 광주의 실상은 일부 폭도들의 난동으로 축소 왜곡 보도되었고, 대신 반란군 수괴 전두환을 찬양하는 기사들로 도배되었습니다.

별 문제 없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만약 당시 언론이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 주었다면 어땠을까요?

민주주의의 적들이 독재를 하기에 앞서 언론을 장악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자신의 치부가 날 것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질 때, 그는 더 이상 권력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30여년 후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첫해를 제외하곤 4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5.18의 정통성을 사실상 부정하는 행위임에도 공중파 언론은 이를 지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권력과 편법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공영방송에 투하된 낙하산 사장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이용하여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인들을 해직하고 정치, 사회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탄압하였습니다.

‘돌발영상’이 중단되고, ‘PD수첩’이 기소되고,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가 종영되었습니다. 공영방송은 다시 권력자의 치부를 가리고 미화하는 국정홍보처로 전락하였으며 공영방송을 만들어온 언론인, 방송인들은 자율성을 박탈당하고 사장의 지침에 따라 일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공영방송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생중계하지 않습니다. “

의혹이 있을 때 현장을 찾아가 취재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취재를 해도 전파를 타지 못하고 오히려 징계를 받습니다. 그 자리엔 정치인들의 싸우는 피상적인 모습이나 한류스타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의 이미지, 때 이른 더위나 추위가 주요 뉴스라는 이름을 달고 자리 잡고 있을 뿐입니다. 정치가 조금 더럽긴 하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입니다.1980년대처럼…

그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참을 수 없어서 지금 방송인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방송마저 보도하지 않아 소외된 작은 광주들이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을 통해 그곳의 실상들이 알려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송이 현장에 눈을 감으면 국민들의 눈도 가려지고, 이를 통해 기득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유지합니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방송의 주인이자 시청자인 국민들이 치러야 합니다.

“왜 공영방송이 중요한가요?”

우리 만화인들은 족벌 언론의 부당한 마녀사냥에 많은 피해를 당해왔습니다.

하지만 해당 언론에 항의할지언정 공영성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언론의 소유주는 족벌 사주이고, 언론의 기본인 편집권 독립조차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주의 부당한 간섭으로 부터 벗어나 언론 본래의 기능을 되찾고자 하는 국민일보와 부산일보 노조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다릅니다.

공영방송은 특정 권력자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비록 어둡고 아픈 것이라도 낱낱이 알려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곡되지 않은 여론은 여기서부터 나오고, 시끄럽고 더디더라도 세상을 개선해 나가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송은 우리사회의 건강검진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어두움은 일개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막말 따위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권력형 비리나 잘못된 정부정책, 빈부격차 심화 등과 같이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입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사적인 이기심으로 우리의 미래를 팔아 자신의 배를 채우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카메라 그리고 방송입니다.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추는 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인의 자존심을 걸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우리 안의 병든 곳을 찾아 비추는 방송. 그것을 위해 이들은 거리에 나왔습니다. 그에 앞서 자신들의 일터 안에 자리 잡은 부끄럽고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여 스스로 떳떳한 방송인이 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낙하산 사장들로부터 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은 우리사회의 건강을 진단할 의사를 지키는 것이고, 결국 우리 자신을 지키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KBS노조는 6월 8일, 노사 합의문을 통해 공정방송 실천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94일간의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하였습니다. 합의문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 만화인들은 말합니다.”

1. 이명박 정부와 그 대리인 김인규, 김재철, 배석규 사장에게 요구합니다.

우리나라의 언론자유가 후퇴한 이유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과 낙하산 사장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십시오.

김인규. 김재철, 배석규 사장 또한 더 늦기 전에 사퇴하고 그 동안 권력남용으로 저지른 일에 대해 법의 심판을 기다리십시오.

2. 정치권에 촉구합니다.

최근 새누리당 이한구 대표가 방송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경찰과 검찰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파행은 애초에 이명박 정권의 부당한 정치개입으로 부터 시작되었음을 우리 만화인들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잘못으로 시작된 방송파업인 만큼 정치권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3.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공영방송을 위한 방송인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공영방송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언론의 외면 속에 공익을 위해 뛰어야할 공영방송인들이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남은 마지막, 하지만 가장 큰 희망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입니다.

 

방송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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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근식,허혜진,홍나래,홍성경,홍승표,황경택,황민우

2012년 6월10일
공정방송을 지지하는 233인의 범만화인일동

공정방송을 위한 만화인 지지선언”에 대한 1개의 댓글

  1.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있었지만 정말 탄핵이 시급하군요
    올해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손가락 살짝 잘못굴리면 이렇게 온 국민이 고생한답니다
    다음부턴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져리게 느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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